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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구임대저택
by 백작


아 역시 집에 오니 공부가 안되는구나.

그래도 산부인과까지는 다 풀었고, 내일은 소아과, 정신과를 풀고 퍼시픽으로 들어가야 하겠지. 내일 응급수술만 안뜬다면 가능할 것 같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정신과를 해야할 것 같다. 내 마음 가는대로 따라가면 될거라 생각한다. Take more risks. 이건 risk도 뭣도 아닌 수준이지만! 재미있게 살고 싶다. 그렇게 많은 욕심은 부리고 싶지 않아. 나와 싸우면서 더 커지고 싶지 않다. 내 욕심이 생기는 만큼만 충족하며 살면 되지 않을까? 사실 조금은 쉬고 싶다. 무한히 깔린 희 백사장의 모래처럼 많은 날을 휴일로 둔 채 끝없이 쉬고 싶다. 하루가 너무 짧다고 느낄만큼 여유롭게 일어나 서점가에서 책을 뒤적거리다 두 손에 무겁지 않을 정도로 책을 사들고 들어와 진한 코코아 한 잔과 함께 읽고 싶다. 약간 추운 공기를 막아줄 두터운 솜이불과 그 옆에 노닥거리는 고양이 한 마리를 끼고 책을 읽다 전화나 문자를 주고 받고 낄낄거리다 곤히 낮잠도 자고 싶다. 주말에는 느즈막히 일어나 주변의 좋은 레스토랑에서 뜨락에 앉아 브런치를 먹고 가벼운 영화 한 편을  집에서 받아보고 음악을 다운받아 들으며 가사를 흥얼거리고 싶다. 훌쩍 떠난 여행길에서 완전히 낯선 풍경과 조우하여 전혀 다른 사진들과 낮과 밤을 보내고 돌아오고 싶다. 사람들도 많이 만나보고 싶다. 그리 삶에 찌들지 않은 미간이 맑은 푸른 눈의 청년이라든지, 지드가 사랑했을 법한 양 손에 다 들어가는 얼굴을 가진 소년이라든지, 고양이를 키우는 언니들, 같이 소설을 읽으며 소녀 감성에 빠져들 수 있는 동지들, 그리고 원래 내가 많이 사랑하는 사람들. 그냥 절대적인 그 누군가가 나타나 그 동안 너는 참 많이 수고하였으니 이제 안식년을 가지라며, 안식이 더 이상 안식이 아닐 만큼 질릴 정도가 되도록 긴 시간과 돈을 주었으면 좋겠다. 내 마지막 남은 20대를 모터사이클이라든지 첼로라든지 여행이나 사진으로 보내는 것도 그리 나쁘지는 않을 것 같은데. 문제는 이런 욕망을 불러일으킬 자극제를 찾아나설 시간마저 그리 많지 않다는 것. 쉬지 않고 달려온 것 같은데, 남들보다 훨씬 더 많이 늦어져버린 이 기분은 왜일까. 그래도, 아직은 선택할 수 있다고 생각하며 나는 꽤 행복한 편이다. 내일은 다시 병원에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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